멈춰버린 시계, 흐르지 않는 파이 - 어느 노드 운영자의 1년

멈춰버린 시계, 흐르지 않는 파이 - 어느 노드 운영자의 1년

1년 전 오늘, 야심찬 꿈을 품고 낡은 노트북에 파이 노드를 설치했다. 미래를 향한 작은 씨앗을 심듯, 밤낮없이 돌아가는 팬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언젠가 이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씨앗이 될 거야.’ 숱한 기대와 희망이 엉켜 붙어, 1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노드를 운영하는 일은 마치 멈춰버린 시계와 같았다. 24시간 꼬박 돌아가는 노트북,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트래픽만이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눈에 보이는 파이 코인의 증가는 더디기만 했고, 때로는 며칠 동안 아무런 보상도 없이 텅 빈 잔고를 바라볼 때도 있었다. 마치 깊은 우물에서 한 방울씩 물을 길어 올리는 것처럼, 인내심만이 유일한 동력이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노드를 돌린 지 6개월, 드디어 미미하지만 보상이 들어왔어요!’라는 글에는 수많은 축하 댓글이 달렸지만, ‘1년째 24시간 풀가동인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네요. 이게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요?’라는 푸념 섞인 질문에는 쉽사리 답글을 달 수 없었다. 마치 홀로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듯한 불안감이 우리 모두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전기세 고지서가 날아올 때마다,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돌아가지 않는 시계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문득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거, 정말 되는 거야? 시간 낭비하는 거 아냐?’라는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 대신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꿈을 좇는다는 순수한 열정은, 현실의 벽 앞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년 동안 노드를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미래에 대한 간절한 믿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시스템을 지탱하는 작은 톱니바퀴의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 언젠가 이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정에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연대감이 나를 붙잡았다.

오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내 지갑 속 파이 코인의 숫자는 여전히 미미하다. 밤낮없이 돌아가던 노트북은 여전히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은 아직 희미하기만 하다.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처럼,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멈춰버린 시계는 언젠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흐르지 않던 파이 코인은 언젠가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는다. 1년 동안의 묵묵한 기다림은, 어쩌면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멈춰버린 시계의 초침이 다시 움직이는 그날을 기다리며.

파이코인  추천인wills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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