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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꿈해몽

베개 밑의 은빛 칼날

by 잡학공장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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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밑의 은빛 칼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 방문 틈새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마저 불안감을 드리운다. 싸늘한 기운이 방 안을 감돌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섬뜩한 소리는 심장을 짓누른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귀신들의 형상,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악몽의 그림자는 매일 밤 나를 괴롭혔다.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웠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서늘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귀신을 쫓는다는 부적이나 성수는 왠지 미덥지 않았다.
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낡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작은 은장도를 꺼냈다.
날카롭게 빛나는 칼날은 차가웠지만,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손에 착 감기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은장도를 베개 밑에 넣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몇 번이고 칼의 위치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악몽 속 귀신이 나타나면 이 칼로 맞서 싸우리라.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의 나는 절박했다.


신기하게도 그날 밤, 악몽은 찾아오지 않았다.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 새벽을 맞이했다. 우연일까?
아니면 베개 밑의 칼날이 귀신을 쫓아낸 것일까?

다음 날 밤에도 어김없이 칼을 베개 밑에 두었다.
또다시 평온한 밤이 이어졌다.
며칠, 몇 주 동안 악몽은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않았다.
물론 칼이 실제로 귀신을 쫓았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칼날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불안감을 잠재운 것이리라.


‘내가 맞서 싸울 무기가 있다’는 믿음이, 나를 짓누르던 공포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시켜 준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밤은 찾아오고, 어둠은 짙게 드리운다.
하지만 이제 베개 밑에는 차가운 은빛 칼날이 함께한다.
악몽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내 옆에는 나를 지켜줄 작은 칼날이 있으니까.
어쩌면 이 칼날은, 악몽과 싸우는 나의 용기를 상징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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