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 위의 춤

컨베이어 벨트 위의 춤

새벽을 찢는 듯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채 가시지 않은 졸음과 뻐근한 어깨를 애써 일으켜 세웠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택배 상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익숙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짙게 드리운 새벽 거리에는 나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류센터의 거대한 철문이 열리고,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형광등 불빛 아래, 컨베이어 벨트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각양각색의 상자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의 작은 부품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상자를 분류하고, 옮기고, 포장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3번 레일, CJ 택배! 빨리빨리!"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다급한 외침 속에서, 우리는 쉴 새 없이 손과 발을 움직인다. 무거운 상자를 번쩍 들어 옮길 때마다 땀방울이 맺히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눈은 바쁘게 움직인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상자가 엉키거나 쏟아지기 일쑤다. 마치 숨 막히는 레이스처럼, 우리는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상자를 처리해야 한다.

점심시간, 짧은 휴식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식판 가득 담긴 밥을 허겁지겁 삼키고, 동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다. 힘든 노동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우리는 끈끈한 동료애를 느낀다. 다시 시작된 오후 작업,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며 우리는 다시 컨베이어 벨트 앞으로 향한다.

저녁 무렵, 드디어 마지막 상자가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사라진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하지만 우리가 분류하고 포장한 수많은 상자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 누군가의 일상을 채우고, 기쁨을 전달할 것이라는 생각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
퇴근길, 텅 빈 물류센터를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볍다. 내일 또다시 쉴 새 없이 돌아갈 컨베이어 벨트를 생각하며,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하루는 이렇게 숨 가쁘게 흘러간다.

그들의 땀방울이 모여, 대한민국의 물류 시스템은 오늘도 쉼 없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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