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조상님, 현실의 잭팟

조상님의 현몽과 현실의 기적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꿈 속의 조상님, 현실의 잭팟

늦은 밤, 반지하 단칸방의 습한 공기는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곰팡이 핀 벽지, 축축한 이불, 낡은 가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제 시간을 지키는 것은 탁상시계의 초침 소리뿐이었다. 또각, 또각. 그 소리는 삼십 평생 변변찮은 직업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 김민준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내일의 희망이라곤 오직 편의점에서 산 로또 복권 한 장뿐. 매주 만 원씩,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를 그 작은 투자는 번번이 5천 원짜리 한 장으로 돌아왔고, 그의 지친 마음에 작은 상처만을 남겼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민준은 깊은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낯선 곳, 희미한 빛 속에서 푸근한 인상의 노인이 그를 향해 빙긋 웃고 있었다. 희끗한 머리카락과 인자한 눈매를 가진 노인은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마치 오래전 잊고 지낸 조상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야, 내일 서쪽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거든, 네 행운의 숫자를 알게 될 게야." 꿈결처럼 몽롱하고도 선명한 그 목소리가 귓가에 잔잔히 울리며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민준은 꿈의 잔상 때문에 왠지 모를 찝찝함과 기묘한 기대감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여느 때처럼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던 그는 얼어붙고 말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붉은 해가, 동쪽이 아닌 서쪽 하늘을 물들이며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젯밤 꿈속 노인의 말이 그의 뇌리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서쪽에서 떠오르는 해… 행운의 숫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옷을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올려다본 서쪽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겹겹이 드리워지며 기이하고도 장엄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린 듯, 그 붉은 노을 속에 다섯 개의 숫자가 또렷하게, 그의 눈앞에 각인되었다. 그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그 숫자를 필사적으로 적어 내려갔다.

그날 저녁, 민준은 평소 같으면 망설였을 로또 판매점 앞에 섰다. 어젯밤 꿈속 조상님이 일러준 다섯 개의 숫자와, 왠지 모르게 강하게 끌리는 하나의 숫자를 더해 총 여섯 개의 숫자를 마킹했다. 만 원짜리 복권 한 장이 그의 손안에서 기적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일주일 후, 그는 습관처럼 인터넷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확인했다. 여느 때처럼 실망할 준비를 하며 숫자를 하나씩 맞춰 나갔다.


화면 속 숫자를 따라가던 민준의 숨이 턱 막혔다. 마지막 숫자 42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손에 들린 로또 용지에 적힌 여섯 개의 숫자가, 화면 속 당첨 번호와 모두 일치했던 것이다.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믿을 수 없는 충격에 민준은 멍하니 복권 용지만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방망이질 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었다. 수십 년간 그를 괴롭혀온 가난의 그림자가 한순간에 걷히는 순간이었다. 며칠 후, 그는 로또 당첨금을 수령했다. 그의 인생을, 그의 세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엄청난 금액이었다.

낡고 습한 반지하 단칸방을 벗어나 햇볕이 잘 드는 넓고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했고, 더 이상 돈 걱정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작은 가게를 차려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고, 넉넉해진 마음으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여유도 생겼다.

가끔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민준은 꿈속에서 푸근한 미소를 짓던 노인을 떠올렸다. 서쪽에서 떠오른 기적 같은 붉은 해와 함께 찾아온 행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분명 조상님의 따뜻한 격려와 축복 덕분에 척박했던 인생을 뒤바꿀 수 있었다고 믿었다. 민준에게 그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닌, 삶의 나침반이자 영원한 축복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주변과 나누며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꿈 속 조상님의 따뜻한 미소는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빛나는 별처럼 남아있을 것이다.